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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공감각과 시감각

자빠질라 2010. 7. 7. 18:49






매일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온 몸을 흔들어가며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 알람에 아침을 맞이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화장실로 향한다. 대충 씻고, 대충 옷을 입고 정신은 침대위에 둔채 현관 문을 빠져나온다. 계절에 맞는 뜨거운 아침햇살과 그로인해 뜨끈해진 아스팔트가 나를 반긴다. 눈부신 빛에 눈을 잔뜩 찌뿌리며 나는 걷기 시작한다. 집과 회사 사이에 출근길은 도보로 20분거리. 여간해서 늦지 않으면 나는 그 시간동안을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터벅터벅터벅터벅



20분의 총 2코스 중 전반코스는 도로와 맞닿아 있는 코스이다. 그 매연 코스를 지나면 후반코스에 해당하는 산책로가 나온다. 나는 이 산책로가 마음에 든다. 자유롭게 피어있는 들꽃과 강이 있고, 항상 백로(라고 생각된다)와 오리가 유유히 거닐거나 헤엄치고 있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집에 누워있던 정신이 열심히 뒤따라오는 것을 느낀다. 이효리 음악이 쿵짝거린다. 걸음걸이가 스텝이 되어져 간다. 손도 박자에 맞춰 휘휘 저어본다. 그러다보면 회사에 도착한다.


매일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그것은 타성이란 이름의 내가 주체가 된 결과이다. 오늘 고모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통화내용을 들키기 싫어 회사 밖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 어째 건강하니 잘 사냐? "

회사 정문이다.

    " 요즘 느그 아버지 늑바리에 일한다고 해가꼬 살이 쪽 빠져부렀다. 그랑께 항시 내가 젊었을 때 모아라고 해도 말도 안듣드니만 "

웃음이 났다.

    " 웃지마 이놈 새키야~ 너도 젊었을 때 정신차리고 돈을 꾸준히 모아야써야 "

산책로까지 나왔다. 그리고 매일매일 업무시간에는 회사였던 시공간이 산책로로 바뀌었다. 매일 대하던 회사사람이 아닌 가족으로 바뀌었다. 단지 출근길 이었던 산책로의 풍경이 '휴식'이란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선했다. 편안했다. 마음이 놓였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회사로 옮겼다. 따스함이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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