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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영화관을 멀리 했는데 간만에 다운님이 먼저 요청해 주셔서 설레는 마음으로 상봉 메가박스엘 갔다.

어떤 영화를 봐야할지 '가비'와 '화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가비'는 왠지 따분할 것 같아서 '화차'를 보기로 했다. 사실 화차는 5~6년 전 즈음에 소설로 접했었다. 당시 워낙 인상 깊게 읽어 내려갔던 터라 원작(미야베 미유키 作)을 믿고 선택한 것도 있었다.

전체적인 플롯과 이벤트들은 원작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었지만, 디테일한 부분과 극중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니 적당한 선에서 한국의 정서에 맞도록 각색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 수록 조금씩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위의 이미지와 같이 약혼자였던 여주인공을 찾아헤매던 남주인공이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왠지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졌다랄까? '왜 내게 이런일이 일어나야 하지?'하는 의문 부호를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이성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부분을 한국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큰 공감이 들었던 장면.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더 재미있다는 것에 한 표를 주고 싶지만, 영화 자체도 상당히 재미있어서 책을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같이 영화를 본 다운님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 '무서워'를 연발했다. 실제적인 잔인한 씬은 없었지만 살인이 유추가 되는 장면에서 김민희의 연기가 '무섭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킬만 했고, 원작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회의 무신경함과 여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겨우(?) 16억원의 저예산으로 좋은 때깔을 뽑아낸 이 작품은 원작과 비교하면서 곱씹을만한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Fin -



+ 원작자인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 현상에 의한 심리를 작품에 잘 녹여 넣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수 많은 작품 중 '화차'도 인상적이었지만, 단연 '모방범'(총 3권)이 으뜸이다. 두툼한 3권의 압박이 있긴하지만 2권까지는 후루룩 읽힐 정도로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긴 장편을 자주 읽어보지 않아서 3권은 근성으로 읽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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