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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에서 내린 나와 애인님의 얼굴에는 급피곤이 가득 앉아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흔들리는 전철의 움직임이 엄마가 흔드는 요람의 그것과 비슷한 역할을 하였으리라. 

비몽사몽간에 홍대입구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무거운 기운은 하늘 높은 가을 날씨 덕분에 날려버리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 연남동으로 향했다.


7년 전쯤에 일했던 연남동은 많이 변한듯 했지만 또 변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의 이 색깔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정처없이 깊이 들어가다보니 내 근무처였던 '툴상사' -당시에는 툴상사였는데 지금은 툴레이저가 된 듯 하다 - 옆에 '서영까페'가 조용해보여 들어갔다. 


작은 공간에 공방 겸 카페의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뜨게질 관련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 디지털 치매를 겪고 있는 중이라서 아닌것도 같다 -ㅅ-;; 뭐였지? 궁금하네. 손님이 없어 원하는 자리에 앉은 우리는 이야기도 하고,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애인님은 자기소개서를 쓰고 나는 책을 보면서


주문한 커피가 만들어지고 테이블에 세팅되어지는 모습을 보자 애인님에게 감탄의 기색이 보였다. 

애인님이 '서영까페'의 커피는 맛있다고 했다. 특히 카푸치노의 거품과 맛에 반한 모양이다. 카페에서 나와 식사를 하러 가는 중간에도 칭찬을 했다. 시끄러운 카페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손수 원두를 갈고 거품을 내는 방식이 나도 마음에 들었다. 인적이 드문 동네라서 일요일에 사람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그래서일까? 이 곳의 커피맛을 좋아하는 듯한 사람들 몇 명이 카페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햇빛이 카페 안을 가득 매우자 애인님이 기지개를 쭈욱 폈다. 요즘은 확실히 낮이 짧아져서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 5시경이 되었다. 배고프다. 밥먹으러 가자.

개인적으로 맛집으로 생각하고 있는 '교동집'에 갔다. 매운 쭈꾸미 전문점인데 먹고 후회할 만한 집은 아니다. 애인님은 처음 방문한 집이라 소개한 내가 괜히 긴장됐다. 맛없으면 어쩌나;;


슬글슬금 어둠이 깔리고 찬바람이 가게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여기저기에서 쭈꾸미 볶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한다. 입안에 매운 향이 가득 밀려오고 술 몇 잔이 들어가니 춥기보다는 선선한 느낌이다. 다행히 '맛있다'는 애인님의 평가에 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인님은 음식의 맛에 대해 정직하게 표현하는 성격이다.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 쉬운 성격. ㅋ.


나의 로망. 애인님과의 조용한 연남동 데이트는 이렇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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