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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우연의 알림일까, 필연의 알림일까?

자빠질라 2010. 10. 13. 11:46




요즘 기획이란 부분에 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아! 이야기를 확실하게 전달하려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회사에서 이자빠의 역할에 대해 잠깐 언급해야겠다. 뚝딱뚝딱 광고물의 일종인 P.O.P(손글씨 아님 ㅋ) 만들어야 할 때 나는 각종 공구에 익숙한 제작자 겸 매니저이다. 그리고 실사물 관련 일을 할 때는 그래픽 툴을 만지는 디자이너가 된다. 지금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중에 있다. 한마디로 우리 회사는 일당 백이 되어야 하는 중소기업이란 말씀.

이렇게 여러가지 업무를 맡아서 하다보니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함에 불구하고, 게으른 탓에 아직은 아마추어 수준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건 머리는 굳을대로 굳은 주제에 귀는 또 팔랑팔랑~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ㅋㅋ 즉 한계에 부딪혔다는 소리를 장황하게 설명중이다.

몇 일전에 강변 테크노마트에 갔다가 프라임문고를 들렀다.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다가 항상 지니고 있는 나의 로망! 드로잉 코너로 향했다. 이 역시 그림은 잘 그리고 싶은데 연습을 안한단 말이지. 머리속으로만 바쁘고 몸은 게으른 이자빠 생활 패턴의 증거다. 어쨌든 향했을 때 눈에 번쩍 뜨인 '런던 일러스트 수업'이란 책을 덥썩 집어들었다. 그리고 계산_-;;

'런던 일러스트 수업'이란 책은 두 명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런던에 가서 꿈꾸고 배우고 그린 이야기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우선 이 책... 일러스트가 많아서 좋다. 드로잉의 '드'자도 모르는 내가 어쩌자고 런던 유학기를 집어들었는지 ㅋㅋ 괜시리 작가들을 부러워 하면서 읽어 내려가다 이런 글귀를 보았다.
... 딱 고만할 때가 그런 고민을 다시 시작하는 시기인 것 같다. 한참 잘 나가다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시기, 배움을 갈망하게 되는 시기...(중략)... 나의 카툰을 볼 때마다 친구들이 말하곤 했다. '먼지색'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나는 개성이 강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나의 색채가 너무 강해 오히려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나 또한 그들처럼 '자신'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굳어버린 나를 보고 우리 대표님이 회의중이나 사석에서 하시는 말씀이 있다.
너 이행곤 나랑 같이 다닌지 한 5년 됐지?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야. 그런데 너 그때 눈빛이랑 지금 눈빛이랑 달라. 너도 이제 머리가 굳을 때가 온 건 아는데, 그걸 뛰어 넘어야돼. 누가 뛰어 넘어주는거 아니니까 니 벽은 니가 깨부수던지, 뛰어 넘어라.
마지막으로 나와 8년 동안 알고 지내온 친한 대학 후배도 요즘 이런 소리를 한다.
선배. 옛날에 선배 눈을 보고 있으면 막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사실 선배를 무서워했다? 그런데 지금은 안그래요. 왜 그러지? 선배가 편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그때가 좀 더 멋있었던 것 같애.

비슷한 시기에 일관되게 들려오는 나에 대한 이야기. 왜 그런지 답은 내가 확실히 알고 있다. 다만 게을러서 귀찮아서 갖지 못하는 답이다. 쓰다보니 꽤 길어졌는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이유로 이 글을 기록에 남긴다.



- Fin -



+ 아... 답은 '치열함'이다.

+ 디자인이고 인생이고 사람이 행하는 모든 것에는 비슷한 개념의 것들이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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