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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시작점과 결승점

자빠질라 2010. 10. 25. 16:30
photo by Jabba_갤럭시 S



시작에는 항상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공존한다. 그래서 항상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흡사 보색관계에 있는 색상들처럼. 

지난주 토요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다. 장소는 강원도 일대. 코스는 민둥산, 화암동굴, 하이원리조트, 이천 한정식의 경로. 이 포스팅은 민둥산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 유명하고도 험준한 산이 아닌 민둥산이라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전 진심. 1시간의 산행으로 정상을 맛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정상까지 이르는 경사도는 장난이 아니었다. 나도 오르기 전에는 이름에 속아 만만하게 보고 출발. 초반 코스만 경사가 상당하지 그 이후에는 편안히 걸을 수 있는 평지라는 정보를 듣고 더 마음이 편해졌다.

거짓. 아니 상대적인 체감의 차이라고 보는게 맞겠지... 1시간 코스중 4/1지점만 평지이고 남은 코스는 오로지 급경사_-;

점점 걸음이 무거워지고 속도는 떨어진다. 심장, 폐, 다리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한번이라도 쉬게되면 못 올라갈 것만 같다. 초등학생 꼬마들은 작대기를 짚으며 다람쥐처럼 잘도 올라간다. 내가 늙은 것일까_ㅠ?

계속 올라가면 하늘 끝까지 가버릴 것 같다. 식은땀이 난다.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나무가 없고 억새풀만 있는 산이기에 시야가 넓다. 4/3지점에만 올라가도 정상인 것 같다. 대머리가 세수 할 때 얼굴과 머리를 구분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 맞겠지_-?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차라리 험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올랐으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으리라. 몇 번을 다그쳐 간신히 간신히 걸음을 뗀다. 하늘이 점점 가까워졌다. 



스타트 지점에서 골 지점까지 가는 여정에는 여러가지 감정과 사건이 교차한다. 이겨내자, 해내자는 생각으로 도달한 골 지점에는 해냈다는 성취감과 떳떳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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