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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글

부고

자빠질라 2013. 2. 12. 11:46
전날 과음을 하고 애인님과 다퉜다. 편치 않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출근하기위해 버스정류장에 섰다. 귀를 떼어가버리려 작정한 칼바람에 후드모자를 뒤집어 썼다.


이어팟을 통해 흘러들어오던 음악이 중단되고 벨이 울렸다. 아버지셨다.

큰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고모가 오늘 올라오신다고 하셨다. 잠시 머리가 멍했다.

원래 지병이 있으셨고 편찮으신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실줄이야.


십여년만에 큰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특별난 추억은 없어서 그런지 슬픈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냥 숙연했을뿐.

그리고 지난 추석에 뵀던 유독 늙어보였던 큰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혼자 나는 새가 되어버린 큰아버지께서 힘들겠다는 생각에 다시 숙연해졌다.


친할머니 이후에 두번째로 맞는 친인척의 장례. 아버지와 고모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바로 윗단계의 세대인 큰어머니의 죽음은 자연스레 내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 국민학생때 성묘가면 항상 하시던 이해가 안가는 말씀이 이제 피부에 와 닿는다.


"아빠랑 고모랑 큰아버지가 죽으면 여따가 묻어주고 느그들이 매년 돌봐줘야 된다잉"


오늘 아버지를 뵙게되면 꼭 안아드려야겠다. 내 옆에 계셔주심에 감사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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