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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Swing Dance

슬럼프

자빠질라 2011. 3. 7. 19:59
지금까지 린디합이라는 춤을 즐겁게 잘 추고 있다. 용케 다른 곳에 눈도 안돌리고 말이지. 오늘 한명의 병아리 댄서가 슬럼프가 찾아왔다며 징징대길래 몇가지를 이야기 해줬다.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춤을 계속 추는 이유를 알게 되어서 조금 재밌어서 포스팅. 역시 사람은 알려주면서 다시 배우거나 발견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누군가에게 알려준다는 행위 자체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여튼 오늘의 주제는 그게 아니니 다시 본론으로.

  슬럼프가 와서 힘들어요. 점점 춤이 재미가 없어져요.

흔히들 겪는 일이라 그냥그냥 넘길 수 있는 걱정이다. 어차피 슬럼프는 사라지고 재미는 다시 찾아온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댄서들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댄서들에게는 아주 큰 장벽일 수 있겠지. 
나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큰 슬럼프나 이런건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다행이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한다. 

이러한 슬럼프를 겪게 되고 힘들어 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스윙댄스는 쉽다'라는 선입견일듯 하다. 다른 춤은 춰보지 않아서 비교 판단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운동이나 업무 프로세싱에 비교해보면 스윙댄스, 아니 린디합은 어려운 춤이다. 적절한 연습 없이 손쉽게 즐기기 어려운 운동이라 할 수도 있겠지.

자유롭게 춤을 추기 위해서는 그에 수반되는 사람이 움직이는 운동역학에 대해 좋은 감이 있어야 한다. 감은 선천적으로 좋을 수도 있고, 연습에 의해 키워질 수 도 있다. 그리고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버티고 있다. (스킬은 없어도 파트너와의 호흡만 맞추면 그럭저럭 재밌다는 잇점이 될 수도 있긴 하다) 그런데 동호회에서 사람들을 댄서로 만들기 위해서는 '쉽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원래 현실과 이상은 서로 충돌되는 개념. 이해하기 쉽게 영화 <8mile>의 명대사를 인용하자면..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면 '슬럼프가 온다'는 것은 좋은 의미로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춤을 더 잘 추고 싶어하는 욕구의 표출일테니까. 하지만 그것 역시 이상에 불과하다. 현실감이 없는 댄서에게는 망상에 가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습.

연습만이 현실과 이상을 이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연습을 하는가? 강습생 시절을 제외하고 특별히 따로 시간을 내어 해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스텝도 트리플도 바운스도 몸으로 만들 수 있다. 어째서? 시간의 축적. 이것이 답이다.

흔히들 '스윙판에서는 잘 추는놈이 강한게 아니고, 오래 남는 놈이 강한놈이다'라는 격언(?)을 한다. 영화 <짝패>의 명대사를 패러디 한 것인데, 더이상 다른 말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정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습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댄서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연습은 특별한게 아니다. 평소 제너럴만 해도 스텝은 안정감 있게 쌓인다. 패턴은 점점 익숙해 져서 화려해지거나 아름다워진다. 다만 작정하고 연습시간을 갖는 댄서들 보다 그 속도가 느릴뿐이다. 

선천적인 감이나 끼가 있는 사람을 따르기는 어렵다


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그룹이라도 사람간의 경쟁심은 생기기 마련이니 이런 푸념이 나올수도 있을 것이다. 왠지 화가 날테지. 나는 죽어라 해도 안되는 동작을 다른 댄서는 금방 해낸다. 사실이다. 진짜 그렇게 되는 경우를 나도 봐왔으니까.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감이나 끼는 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재미있게 느끼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이 강하다. 전문적인 프로 댄서가 아닌이상 군계일학적인 퍼포먼스를 뿜어내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쉽게 그런 경지까지 이르는 사람은 아예 다른 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댄서를 보고 자신감을 잃는 것은 너무 헛배부른 상황이다.

끼가 있는 사람은 다른 댄서들 보다 춤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한다. 적극적인 연습을 하기도 하고, 무의식적인 연습(제너럴)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빨리 실력이 상승한다. 그러니 투덜거릴 필요도 없다. 내가 그만큼 시간 투자를 하지 않은 것 뿐이니. 

쓰다보니 길어졌네. 각설하고.. 처음에 말했던 내가 춤을 오래 즐기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단 하나의 답이 나왔다.
나는 단순하게 게으른 춤을 즐기고 있다.

약간의 덧붙임 설명을 하자면..

1. 나는 춤 출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왜? 귀찮아서_- (본격적인 내 흉을 보게 될 것 같은 느낌...)
내 동작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이럴때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같은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거의 하지 않는다. 

2. 나는 홀딩신청을 거의 하지 못한다. 왜? 울렁증이 있어서_-;
보통 이런말을 하면 '웃기지 마라 니가?' 하는 조소 섞인 표정의 멘트가 나온다. 그런데 사실은 사실이다. 친한 댄서이더라도 나는 소심한 편이라 홀딩 신청을 자주 하지 못한다. 스윙판 예절상 홀딩거부를 당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거울 앞에서 얼쩡거리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거울을 보고 음악에 맞춰 바운스를 맞춰본다던지, 트리플 스텝을 밟는다던지, 찰스턴을 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런 것들이 연습이 꽤 된다. 고로 나는 연습을 많이 하는 리더? 라고 혼자 자뻑에 빠져보기도 한다.

3. 나는 린디합이란 춤이 농구와 비슷한 것 같다. -_-응? 뜬금없이 농구?
대학때까지 취미로 농구를 자주 했었다. 키가 크지 않아서 포인트 가드 포지션을 많이 맡아서 했는데, 포인트 가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센스, 빠른 몸놀림이다. 뭐 이론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그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내가 춤 출때 운동역학이라던지 몸놀림 같은 감이 조금 있다고 생각 되어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싯적에 해왔던 농구 및 운동때문인 것 같다. 뭐 이건 그냥 추측이니 무시해도 무방하다 ㅋ

4. 나는 실증을 금방 느끼는 게으름쟁이인지라 재수강을 듣지 않는다.
사실 재수강은 한번 들은 내용은 다시 듣기 지루해서 않듣는 것이라... 하지만 한 번 들은 내용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 지키려고 생각하고 춤을 추는 편이다. 한 때는 그런 강박증때문에 고생도 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했다라고 스스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재수강을 받으면 연습시간이 길어진다는 장점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의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 물론 외부강습은 제외. 기본 학습은 한 번 들은 정규 강습으로도 충분한것 같다. 연습. 연습이다. 배운 것을 곱씹으며 연습해서 쌓은 베이직이 가장 중요하다. 

5. 나는 지터벅 시절부터 2년정도는 춤을 추겠다고 사석에서 이야기 한적이 있다.
이건 그냥 그럴것 같았다. 보통 운동을 시작하면 그정도는 하니까. 그런데 정말 2년이 지나니까 조금 신기하긴했다. 뿌듯하기도 했고. 잠깐의 슬럼프가 왔었을 때에도 장기적인 마인드(?)가 있어서 아주 금방 빠져나오는데 한 역할을 한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슬럼프에 빠져 있는 병아리 댄서들이 있다면... 그래서 내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리해 보았다. 나는 춤이던 일이던 다른 운동이던지간에~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춤이 너무 즐거워서 그런 생각 잘 하지 않지만, 정말 재미가 없어진다면 다른 취미를 찾을 것 같다. 춤이 너무 오랫동안 재미 없나? 그럼 잠시 춤이란 취미를 내려놓고 다른 취미를 즐겨봐라. 단, 재미를 찾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본 다음에 내려놓기를 권한다. 노력하지 않고 내려 놓는다면 뒤가 찝찝하지 않을까? ㅋ 하다하다 안되면 그냥 툭 내려놔라. 그럼 언젠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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